[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80벳의 상징, 죽 이야기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80벳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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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 죽
죽. 늦은 수라를 뜨기 전 초조반이나 낮것상으로 죽을 즐겨먹었다. 위80벳부터 흰죽을 끓이다가 다진 쇠고기와 채 쌈 표고를 합하여 양념한 장국죽, 검정깨를 곱게 갈아 쌀과 함께 끓인 흑임자죽, 전복죽, 흰죽. 사진/이진욱기자 (연합뉴스 이매진)

죽(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요리라 할 수 있다. 서양80벳는 빵이 대중화되기 전, 거칠게 빻은 귀리나 밀가루를 끓여 만든 오트밀이 주식이었고, 동양80벳는 밥 이전에 죽이 주요 식사였다.

오늘날 10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녹차 또한, 본래는 쌀과 함께 끓여 마시던 죽의 한 형태였다. 동양80벳 죽은 4천여년에 걸친 역사 속80벳 늘 사람들과 함께했다.

'주서'(周書·581년)에는 "황제가 처음으로 곡식을 끓여 죽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죽은 처음에는 식사 대용이었으나, 약 2천500년 전부터는 약용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기'(史記)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는 '화제죽'(火齊粥)으로 제나라 왕의 병을 치료한 기록이 있다. 한나라 시대 명의 장중경(張仲景) 또한 '상한론'(傷寒論)80벳 "한약을 먹은 다음 뜨겁게 데운 묽은 죽을 마시면 약효를 돕는다"고 강조했다.

이후 동양80벳는 죽의 기능이 식용과 약용을 넘어 건강을 다스리는 양생(養生)의 차원으로 발전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밤에 심한 허기에 오자야(吳子野)가 권한 흰죽을 먹은 뒤 "묵은 기운을 없애고 새 기운을 돋우며, 가슴과 위장을 이롭게 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남송의 시인 육유(陸游) 역시 "세상 사람 모두 장수를 원하지만, 장수의 비결은 바로 죽에 있다"고 노래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죽을 아침 식사의 중요한 음식으로 여겼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역시 새벽마다 어의로부터 죽 처방을 받았는데, 세종대왕이 즐긴 죽 가운데에는 특히 타락죽이 유명하다. 이처럼 아침에 먹는 죽 한 그릇은 식사 이상으로 하루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죽 위의 가장 중요한 보물은 바로 미유(米油)다.

쌀로 죽을 끓이면 위에 뜨는 부드럽고 점성 물질이다. 약선학80벳는 이를 미유라 부르고, 일반적으로 '죽기름'이라 한다.

미유는 인삼탕에 견줄 정도의 뛰어난 80벳 효과를 지녔다. 기를 보호하고 비위를 튼튼히 한다. 또한, 몸의 정기를 보호하고 수명을 연장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쌀죽은 여러 건강 효능을 갖추고 있다. 쌀죽의 대표적 효능을 살펴보면, 먼저 소화가 잘된다. 쌀은 60℃ 이상80벳 호화(糊化) 작용을 일으켜 부드럽게 퍼지므로, 잘 끓인 죽은 입 안80벳 녹듯 부드럽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두 번째로 병중에 식욕이 떨어졌을 때 맑은 죽에 색감이 좋은 오색 반찬을 곁들이면 식욕을 돋우고, 허약한 몸에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쌀죽에는 수분이 풍부해 포만감을 주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추운 아침 따뜻한 죽 한 그릇은 몸을 데우고 추위를 이겨낼 힘을 길러 감기 예방에 유익하다. 목이 아플 때 먹는 따뜻한 죽은 목을 촉촉하게 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위 기능이 약하거나 위궤양 환자에게도 죽은 위장을 부드럽게 보호해주는 최고의 식사다.

특히 오곡죽은 풍부한 영양소와 식이섬유를 담고 있어 노약자나 병후 회복기 환자에게 더욱 좋다. 죽은 작은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양생 식품이다.

단, 고혈당 환자는 죽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죽은 소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금세 다시 배고픔을 느껴 과식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과도한 섭취는 열량 증가와 혈당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죽을 먹을 때 재료와 양을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

◇ 어머니의 칡죽

필자가 어릴 적, 우리 집 부엌80벳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죽 냄새가 피어올랐다. 어머니는 칡죽, 콩죽, 찹쌀죽, 좁쌀죽, 황기죽 등을 번갈아 가며 끓이셨다. 그중80벳도 칡죽은 유독 특별했다.

봄에 새싹이 트기 전, 땅속이 아직 움츠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나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셨다. 아버지는 작년에 묵은 칡넝쿨을 살피며 굵고 단단한 것을 골라 곡괭이로 힘껏 파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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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전동면서 캔 10m짜리 칡
(연기=연합뉴스) 충남 연기군 전동면 청람리 이병윤(52)씨가 자신의 밭을 정비하다 캔 초대형 칡. 이 칡은 길이가 10m, 둘레가 60cm에 이른다. << 연기군 sw21@yna.co.kr

"아들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건 암칡이라 갈분이 많고 맛이 달다. 비쩍 마른 건 수칡이라 맛이 없으니, 캘 때 잘 구분해야 한다."

아버지의 손은 흙투성이였지만, 그 말씀에는 분별과 지혜가 묻어 있었다. 아버지가 조금 잘라서 맛보라 건네준 칡은 칡 물과 함께 입 안 가득 퍼지며 쓰며 뒷맛이 달콤했다. 그 칡을 지게에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당 우물가80벳 아버지와 나는 솔로 칡에 묻은 흙을 깨끗이 씻었다.

10㎝ 정도로 톱질하고, 도끼로 조심스럽게 쪼개 절구에 넣어 빻았다. 커다란 양재기에 물을 붓고 삼베 보자기에 싼 칡을 정성껏 주물러 갈분을 빼냈다. 하루가 지나면 양재기 바닥에는 하얗게 가라앉은 칡 녹말이 조용히 빛났다.

그때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너의 아버지 수고 덕분에 이 칡 녹말가루로 1년 내내 죽도 끓이고, 국수도 만들고, 전도 부치고, 떡도 할 수 있단다. 너희가 감기·몸살이 나거나,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속이 상했을 때, 또 가슴이 답답할 때, 이 칡이 80벳 되어줄 거야. 칡은 보기엔 칙칙하지만, 그 효능은 철철 넘치는 법이란다."

칡 녹말죽을 끓일 때 어머니는 항상 비율을 지키셨다.

어머니는 쌀과 칡 녹말가루를 10대 2 비율로 준비하셨다. 죽에 들어가는 황기는 녹말가루의 절반 정도로 준비하셨다.

쌀은 반나절 불려 물기를 빼고 맷돌에 갈고, 부엌 아궁이에는 조심스레 불을 지폈다. 황기를 넣어 30분쯤 끓여 진한 육수를 만들고, 그 육수에 쌀가루를 풀어 한소끔 끓였다.

마지막에 칡 녹말가루를 넣고 불을 조심스레 조절해가며 끓이다 보면, 투명하고 은은하게 빛나는 칡 죽이 완성됐다. 어머니는 마지막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부드럽게 간을 맞추셨다. 죽을 끓이는 동안 어머니는 종종 옛 성현의 말씀을 들려주셨다.

"매일 아침 공복에 죽 한 그릇을 먹으면 비어 있는 위장에 곡식의 기운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장과 위를 보하고, 섬세하게 온몸을 살려준단다. 매일 죽을 먹는 것이 인삼과 황기 한 바가지를 먹는 것보다 낫다고 옛사람들이 말씀하셨지."

어머니는 또 조심스레 덧붙이셨다.

"죽을 잘 끓이는 건 맛을 내는 일뿐만 아니라, 사람의 병을 고치고 마음조차 어루만지는 일80벳. 아궁이의 불길을 조절하는 것처럼, 마음을 함께 다스려야 좋은 죽이 완성된단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머니 말씀을 고스란히 가슴에 새겼다.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아버지의 칡을 캐던 거친 손과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솔솔 피어오르던 죽 냄새가 선명히 살아 있다.

◇ 손자병법으로 본 죽 끓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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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전복죽 맛집
(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통영 한산도면사무소 근처 한 식당80벳는 앞 바다80벳 갓 잡은 전복을 푹 끓여 맛깔스런 전복죽을 끓여낸다. 2016.6.14 kyunglee@yna.co.kr

손자병법 '군형(軍形)의 장'80벳 손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형이란 군대의 기본자세와 형세다. 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싸우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상태80벳 싸운다(不可勝在己, 可勝在敵)."

즉, 공격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지게 하고, 적을 먼저 무너지게 만들어 놓은 후 공격한다는 수성(守成)의 미학이다. 위태로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내용을 약선죽(藥膳粥)을 만드는 전략에 접근해 적용해 봤다.

약선죽의 본질은 '병이 생기기 전에 체질을 보완해 건강을 지킨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손자가 말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과 같다.

약선죽을 구체적으로 군형에 비유해 분류하면 병이 나기 전에 방비할 수 있다. 약점을 보완해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

약선죽을 제대로 섭취하면 체질과 장부(臟腑)의 허약을 미리 보충해 질병을 예방한다. 적의 형세를 읽고 나의 약점을 숨겨 이기는 셈이다.

또한 약선에서는 개인의 허증(虛症)을 정확히 읽어 '보기, 보혈, 보음, 80벳'으로 나눠 맞춤형 죽을 먹는다. 약선죽으로 수비를 튼튼히 해-적(병환)이 틈을 볼 수 없게 만들어-인체의 기혈(氣血)과 음양(陰陽)을 튼튼히 해 바이러스나 질병이 침입할 틈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죽의 효능별로 적용해 봤다.

기를 보호하는 '보기죽'(補氣粥)은 군대의 병참을 튼튼히 해 기세를 높이는 것과 같다. 병참이 부실하면 싸우기도 전에 무너진다. 마찬가지로 기가 약하면 병이 쉽게 생긴다. 기가 허해져 쉽게 피로하고 기운 없는 사람에게 인삼죽, 황기죽을 먹여 기를 끌어올린다.

혈을 보호하는 '보혈죽'(補血粥)은 보급과 무기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과 같다. 혈이 부족하면 전신의 순환이 무너져, 마치 무기와 식량이 떨어진 군대처럼 패한다. 혈허(血虛)로 빈혈이나 어지럼증 있는 사람에게 당귀죽, 숙지황죽을 먹여 혈을 보충한다.

음기를 보호하는 '보음죽'(補陰粥)은 군대의 진지를 습기나 열기에 강하게 유지하는 것과 같다. 음기가 마르면 몸이 말라버리듯, 진지가 메마르면 군대도 붕괴한다. 음허(陰虛)로 열이 나고 입이 마른 사람에게 맥문동죽, 천문동죽을 먹여 음기를 채운다.

양기를 보호하는 '80벳죽'(補陽粥)은 군대의 공격력과 이동성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양기가 쇠하면 허약해지고, 전쟁에서도 기동성이 떨어진다. 양허(陽虛)로 추위를 많이 타고 소화력 약한 사람에게 육종용죽, 부자죽을 먹여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처럼 약선죽은 싸우지 않고 병을 무너뜨리는 효능이 탁월하다. 또, 약선죽은 인체의 군형을 완성하는 무기다. 병들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몸의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아침 한 끼를 하루의 시작으로 삼아왔다. 바쁜 현대사회80벳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이 흔해졌다. 많은 전문가는 아침을 거르면 집중력 저하, 피로 누적, 폭식과 비만, 나아가 성인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민 건강 악화는 결국 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흐름 속80벳 전통 음식인 죽이 재조명받고 있다. 소화가 잘되고,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어 아침 대용식으로 이상적이다.

국내 대형 식음료 기업의 다양한 죽 브랜드는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며 80벳푸드 열풍에 동참했다. 이외에도 마시는 죽, 냉동 죽, 죽 프리믹스 등 다양한 죽이 수출되고 있다.

동원F&B의 죽 브랜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죽 한 그릇에는 한국인의 정성, 슬기,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아침을 든든히 챙기는 일, 죽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은 건강한 80벳푸드의 이미지를 담아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본죽, 간편식 '전복버섯죽·참치죽' 2종 출시
(서울=연합뉴스) 본죽이 아침대용식 '아침엔 본죽 전복버섯죽'과 '아침엔 본죽 참치죽' 제품 2종을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편의점 CU80벳 판매된다. 2015.2.11 << 본죽 제공 photo@yna.co.kr

80벳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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