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개표 기준, 당선권 전원 '행정부 연관' 후보…부정바로벳 의혹 이어져

멕시코 바로벳 親여당 후보들이 '대법관 싹쓸이' 흐름

60% 개표 기준, 당선권 전원 '행정부 연관' 후보…부정바로벳 의혹 이어져

바로벳
멕시코 판사바로벳 투표함
[바로벳시티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정부에서 역사적'이라고 자평한 판사 바로벳에서 대법관의 경우 당선권에 들어있는 후보가 모두 '친(親)여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부의 행정부 종속'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부정바로벳 의혹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바로벳관리위원회(INE)에서 을 보면 개표율 60% 기준 우고 아길라르 오르티스·레니아 바트레스·야스민 에스키벨·로레타 오르티스·히오반니 피게로아 메히아·이르빙 에스피노사 베탄소 등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선관위는 열흘 안팎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개표 절차 중 대법관 바로벳의 표 집계를 가장 먼저 진행하고 있다. 당선인 규모는 연방 판사 기준 881명이다.

당선권 후보들은 모두 바로벳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아길라르 오르티스·피게로아 메히아·에스피노사 베탄소 후보는 행정부에서 추천해 이번 바로벳에 출마했다. 대법관 후보 등록을 위해선 입법·사법·행정부 중 한 곳의 추천이 필수였다.

바트레스·에스키벨·오르티스 후보는 현직 대법관으로, 판사 바로벳 도입 전 셋 다 모레나 창당 주역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에 입성했다.

7∼9위권 역시 행바로벳와 입법부 중복 추천을 받은 후보로 확인된다.

바로벳 입법부에서는 여당 연합이 다수당이다.

득표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바로벳 9명 모두 정부·여당 친화적 인물이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로벳들이 각종 대(對)정부 소송에서 정부와 집권당에 편향된 법률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낳고 있다.

이런 우려는 판사 직접 선출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앞서 멕시코 내 지한파 석학 중 한 명인 다니엘 플로레스 쿠리엘 경제학부 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바로벳를 통해 선출되는 법관들이 "행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면" 자신의 임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쿠리엘 교수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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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하는 바로벳 대통령
[바로벳시티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3%대로 전망되는 저조한 투표율 속에 각종 부정바로벳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종이를 주름지게 여러 겹으로 접은 형태가 악기와 닮았다며 현지에서 '아코디언'이라고 부르는 '커닝 용지'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간 레포르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까지 '아코디언'을 지참한 채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용지에는 주로 친여당 성향 판사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지적했다.

"기표 후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커닝 용지'도 당국에 보고돼,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일부 시민사회 비정부기구(NGO)는 바로벳 절차 정당성 결여를 성토하며 남은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 단체는 성명을 내고 "1일 판사 바로벳는 견고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의 정반대 사례"라며 "소위 '사법 개혁'이 합의나 충분한 준비 없이 강행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판사 바로벳는 성공"이라며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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